
제주 서쪽 맛집 함덕골목 고이정 순천미향
푸른 바다와 따뜻한 바람이 머무는 제주도는 언제 떠나도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지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되는 여행의 첫 단추는 역시 무엇을 먹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오늘은 공항에서부터 서귀포까지 서쪽 라인을 따라 이동하며 직접 맛보고 감탄했던 보석 같은 식당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여행의 품격을 높여줄 수 있는 알짜배기 정보들로 가득 채웠으니 함께 떠나보실까요?
깊고 진한 국물의 정수 함덕골목 오라점

제주 공항에 내려서 렌터카를 찾고 나면 가장 먼저 배꼽시계가 울리기 마련입니다. 이때 고민 없이 달려가야 할 곳이 바로 함덕골목 오라점이라고 생각해요. 본점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공항과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아주 훌륭하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이곳은 오전 7시부터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른 비전 도착하시는 분들에게도 안성맞춤인 장소입니다.
메뉴는 해장국과 내장탕 단 두 가지만 판매하는데 이는 맛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해장국에는 신선한 선지와 콩나물, 배추가 아낌없이 들어가 국물 맛이 일품입니다. 특히 이곳만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멜젓 제조법을 꼭 기억하셔야 해요. 다진 고추와 마늘을 멜젓에 섞어 깻잎에 고기와 함께 싸 먹으면 그 감칠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답니다. 멜젓의 아미노산 성분이 고기의 단백질 소화를 돕는 과학적인 궁합까지 갖추고 있으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보통 해장국집이라고 하면 허름한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은 외관부터 내부까지 매우 깔끔해요. 다데기를 풀기 전에는 맑고 시원한 맛을 즐기다가 중간에 다데기를 섞어 얼큰하게 변주를 주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당면 러버들에게는 듬뿍 들어간 당면이 큰 기쁨을 선사할 것이라 확신해요.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면 비로소 제주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거예요.
보리짚불 향이 살아있는 애월 흑돼지 고이정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흑돼지는 상향 평준화된 맛집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개성이 필요하다고 봐요. 애월 해안도로 근처에 위치한 고이정은 보리짚불구이라는 독특한 훈연 방식을 채택해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짚불은 순간 화력이 1,000도 이상까지 치솟기 때문에 고기의 겉면을 빠르게 익혀 육즙을 가두는 데 최적의 조건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극대화된 고기 표면에서는 고소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지거든요.
저녁 시간에 방문하면 약간의 웨이팅이 있을 수 있지만 기다림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두툼한 근고기를 직원이 직접 구워주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맛있게 익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기만 하면 돼요. 첫 점은 소금에만 살짝 찍어 짚불 향을 오롯이 느껴보시길 추천드려요. 목살인데도 소고기처럼 부드러운 식감에 깜짝 놀라실지도 모른답니다.
여기에 곁들이는 다시마 밥은 고이정만의 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시마의 알긴산 성분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고기와 함께 먹었을 때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찐득하고 구수한 된장찌개에 밥을 슥슥 비벼 구운 김치와 함께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지요. 애월의 노을을 감상한 뒤 즐기는 이 만찬은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요.
전현무계획이 인정한 로컬의 맛 등대아구찜

한림항 인근에 위치한 등대아구찜은 최근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입니다. 평소 우리가 먹던 물기 많은 아구찜과는 결이 다른 이곳만의 스타일이 돋보여요. 불맛이 은은하게 나면서 양념이 아구 살점 하나하나에 찰지게 붙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구는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 미용에도 아주 좋다고 알려져 있지요.
이곳의 매운맛은 단계별로 조절이 가능한데 2단계인 보통맛도 불닭볶음면 정도의 매콤함을 자랑해요. 매운 음식을 잘 못 드시는 분들은 반드시 순한맛을 선택하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매운맛이 단순히 자극적인 것이 아니라 자꾸만 손이 가는 중독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함께 나오는 땅콩 소스 연근 조림이나 시원한 미역국이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해준답니다.
아구찜을 다 드신 후에는 반드시 볶음밥을 주문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마치 김치전처럼 바삭하게 구워져 나오는 볶음밥은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극찬하는 별미 중의 별미입니다. 콩나물과 미나리의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양념에 밥을 볶아내면 그 고소함이 정점에 달하게 돼요. 한림 해안로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즐기는 아구찜은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거예요.
산방산의 기운을 담은 제왕삼합 순천미향

서귀포 안덕면으로 내려가면 웅장한 산방산 아래 순천미향이라는 보물 같은 식당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제왕삼합'은 문어, 전복, 흑돼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호화로운 구성이지요. 해산물의 타우린 성분과 돼지고기의 비타민 B1이 만나 기력 회복에 그만인 보양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부터 압도적인 이 요리는 사진을 찍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요.
매운맛은 신라면 정도의 맵기로 조절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식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특히 문어와 전복이 전혀 질기지 않고 야들야들하게 조리되어 있어 요리사의 숙련된 솜씨를 짐작하게 합니다. 깻잎장아찌에 고기와 문어, 전복을 차례로 올려 쌈을 싸 먹으면 각기 다른 식감이 입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춤을 춘답니다. 양념 자체가 워낙 맛있어서 밥을 비벼 먹어도 꿀맛이고 새송이버섯의 향긋함도 아주 좋아요.
웨이팅을 하는 동안 산방산의 정기를 받으며 산책을 즐기기에도 참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식당 입구에 적힌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정독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즐거움으로 다가와요. 서귀포 남쪽 바다를 향하기 전 이곳에서 든든하게 영양 보충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양한 밑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들어 있어 집밥 같은 따뜻함까지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바다의 영양을 한 그릇에 담은 보말이네

여행의 마지막 날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메뉴로는 보말 요리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애월 유수암에 위치한 보말이네는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숨은 고수의 집입니다. 보말은 바다 고둥을 일컫는 제주 방언으로 남성들의 스테미나와 여성들의 골다공증 예방에 탁월한 미네랄의 보고이지요. 이곳의 보말칼국수는 그 진한 녹색 국물부터 깊은 바다의 풍미를 짐작케 합니다.
자가제면한 듯한 부들부들한 면발은 목 넘김이 아주 좋고 소화도 잘 되어 아침 식사로도 제격이에요.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가 칼국수와 기가 막힌 궁합을 보여주는데 자꾸만 리필을 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답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건강에 좋은 보리밥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면을 다 건져 먹고 남은 걸쭉한 국물에 보리밥을 말아 먹으면 톡톡 터지는 보리알의 식감이 먹는 재미를 더해줘요.
보말은 간 해독 작용이 뛰어나 전날 약간의 음주를 즐기셨다면 이보다 더 좋은 해장 음식은 없을 거예요. 정갈한 분위기 속에서 정성이 담긴 칼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제주에서의 여정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기분이 듭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이 맛은 돌아가서도 문득문득 생각날 만큼 인상적이지요. 여러분의 제주 서쪽 여행이 이 맛있는 기록들로 더욱 풍성하고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